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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 엄마를 찾는 여정
    All about me 2021. 3. 9. 16:00

    엄마를 부탁해(2008), 신경숙

    1.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10개월 만에 1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최단기간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 여타 가족주의 및 모성애 자극의 일반적인 소설과 같지만, 이 소설의 첫 문단의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는 앞서 소개했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와 같은 가슴의 울림을 선사한다. 

     

    2. 줄거리

     서울 아들 집을 찾아간 엄마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란 문단의 첫 서두처럼 서울역에서 실종되었다. 일흔이 되도록  시골에서 평생을 보내온 엄마, 아버지는 엄마가 실종된 그날 역시 혼자 저만치 앞서 걸어갔고, 그렇게 엄마는 실종되었다. 자식들에게는 혹여 짐이 될까 말하지 못했던 엄마는 근래 심한 두통을 앓으며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졌고, 이는 결국 실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족들은 실종으로 엄마를 찾는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잊혔던 그 사람을. 우리들의 '엄마'를.  

     

    3. 감상

     

     한창 베스트셀러에 올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거릴 때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좋아했던 난 처음 엄마를 부탁해를 읽게 되었다. 그 후 대학에 들어와 다시 한번 읽게 되었고, 나는 그 두 번 모두 휴지를 옆에 두지 않고서는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환한 대낮에 카페에 앉아 읽을 땐 한 장 한 장 읽어나갈 때마다 차오르는 눈물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참아보려 애써보았지만 한 장을 참으면 기어코 다음 장에서 그 눈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책이다. 읽는 내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내 커다란 둥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그저 두 팔 벌려 품에 안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것만 해도 수 십 번이었다.. 아마 이 책을 읽었던 독자들은 모두 그런 충동에 휩싸였을 것이다. 이렇게도 엄마라는 단어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애절하고도 언제나 그리운 내음이 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엄마가 사라진 지 일주일째다’라는’ 읽기만 해도 불안정한 문구이나 담담하게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로 책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도시 사는 자식들을 보겠다고 아버지와 서울역에 도착한 엄마는 혼잡한 서울역 속에서 그만 아버지를 놓치고 만다. 아무리 복잡한 서울역이라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만 해도, 자식 중 누군가의 전화번호만 알아도, 아니 그저 그 자리에만 서있었어도 엄마는 실종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간단한 생각도 온전히 하지 못할 상태였다. 그런 상태인 그녀를 4남매도, 그녀의 남편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알아챌만한 기회는 수없이 많았지만 다들 그저 그럴 수도 있단 생각에,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란 안일함에 속아 엄마의 아픔은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았다. 책은 엄마의 실종 후 그녀의 큰딸, 큰아들, 남편, 그리고 그녀까지 다양한 시점에서 각자의 기억 속의엄마를 곱씹으며, 자신의 무관심과 죄책감을 토해내고 있다. 그와 동시에 언제나 통화를 걸면 오냐, 나다라는 음성도, 고향집에 가면 왔는가하고 반겨줄 이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나둘씩 깨달아가는 가족들은 엄마의 빈자리에서 흘러나오는 공허감에 사로잡힌 가족들을 그리고 있다. 다양한 시점 변화 속 신경숙 작가는 시점이 이나 내가 아닌 너, 당신으로 표현되어가다가 마지막 엄마의 시점에 다 달아 비로소 온전히 라는 독특한 표현을 통해 가족들의 상황과 슬픔을 담담히 말해 감정을 더욱더 극대화시켰다. 특히 큰딸과 아버지의 통화에서 딸이 -어어어하고 소리 내어 우는 장면에선 나 역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작은딸이 로마에 간 언니에게 쓴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우리까지도 어떻게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여기며 지냈을까.”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나 딱 적합한 표현은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내리친 기분이었다. 마지막 엄마의 시점 속에서도 우리는 엄마의 비밀이었던, 이은규라는 남자를 통해 힘든 일들이 눈앞에 첩첩산중을 이루어도 언제나 강하게 이겨나가던 엄마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 한 사람으로서 위로받고 기대기를 원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우리들의 엄마는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주고 또 내어주고도 부족함을 느끼고, 온종일 자식 걱정에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느샌가 엄마가 한 여성이었다는 걸,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라 는 걸, 무언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욕구를 가진 인간이었다는 걸, 엄마 자체를 잊고 살았음을 작가는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 역시 책 속의 작은 딸과 같았다. 엄마가 엄마인 게 너무나 당연한 큰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언제쯤 엄마라는 존재가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한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각자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자신들의 행동을 책망하고, 반성하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들을 생각했다. 심지어 엄마를 구박하고 엄마에게 있어 시어머니의 존재였던 고모조차 엄마의 실종 후 사과하고 싶었던 말들을 털어놓기도 한다.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작가의 말에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풀어놨다. “어머니 곁에 누워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내가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 느낀 행복감이 이 소설을 쓰게 했다라 말하며, 작가는 누구에게도 아직 늦은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한다. 작가의 생각과 의도는 온전히 우리에게 잘 전달되었다. 책을 읽으며 큰딸이 엄마와의 통화에서 퉁명스럽게 소리치던 장면에선 내가 엄마에게 날카롭게 던진 비수들이. 남편이 아플 땐 병원에서 직접 약도 타오고 간병에 힘쓰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해 유방암이 걸렸음에도 무신경하던 그녀의 모습에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땐 배즙이며 목수건까지 둘러 빨리 나으라며 주사까지 맞게 하면서 정작 엄마가 걸린 감기에는 대충 약 한 번 먹고 떨쳐내려 하는 모습이 떠올라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작가는 그런 내게 책 속의 가족들과 엄마를 통해 아직 늦지 않았으니 반성하라 날 채찍질했고, 무관심 속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소중함을 깨우치라 외치고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말고도, 우리들의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와 책은 친정엄마’ , '바보엄마' 등 많이 존재한다. 주로 딸들이 엄마와 손잡고 많이들 보러 가고 같이 읽는다기에 엄마에게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라고 권유하거나, ‘친정엄마를 보러 가자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피하곤 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지 않았지만, 지금 두 번째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서야 나의 바보 같고 이기적인 행동을 깨달았다. 외할머니는 내가 중학생 때 돌아가셨다. 그 당시는 그저 우리 할머니를 더 이상 못 보는구나.’에 그쳤지만, 엄마에겐 커다란 둥지가 사라진 것과 같음을 난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엄마가 누군가의 딸임을 나는 잊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 잃은 딸에게 엄마에게 못다 한 효도와 살아생전 엄마에게 한 잘못이 떠오르게 하는 영화나 책은 너무나 펼쳐보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난 이 책을 통해 나의 엄마가 아닌 엄마의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더 늦기 전에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 후 기숙사에서 자는 첫날 엄마는 전화로, 항상 옆에 있다가 너무 멀리 떼어놓는 것 같아 불안하고, 슬프다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었다. 자취를 하는 지금은 항상 집에 먹을 건 있니가 엄마의 인사이다. 오늘은 특히 항상 내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엄마가 참 보고 싶어 지는 날이다. 날이 밝으면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 당연하다 하여 잊고 있던 소소한 행복을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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